
한눈에 보는 핵심 5가지
- AI 도구로 콘텐츠 제작이 쉬워졌지만, 브랜드를 좋아하는 팬덤이 저절로 늘어나는 건 아니에요. 콘텐츠의 양보다 무엇을 남기는가가 팬덤의 출발점이에요.
- 팬덤을 만드는 브랜드 콘텐츠는 재미보다 브랜드 메시지에서 시작해요. 재미가 브랜드 메시지와 연결되지 않으면 일회성 소비로 끝나는 경향이 있어요.
- SK텔레콤의 AI 서비스 광고 'A.'는 미완성 AI를 '배움'으로 번역해 '인공지능학교'라는 세계관을 만들었어요. 장점 대신 공감 언어를 찾는 것이 메시지 번역의 핵심이에요.
- ASML의 2천억 원짜리 반도체 장비를 달에서 동전을 맞추는 수준의 정밀도로 표현한 것처럼, 기억에 남는 콘텐츠는 핵심 메시지 하나에만 집중해요.
- AI는 콘텐츠 실행 속도를 높이지만, 브랜드가 무엇을 말해야 할지·어떤 감정을 남겨야 할지는 여전히 사람이 결정해야 하는 영역이에요.
SK텔레콤의 AI 서비스 광고가 처음 나왔을 때, 제작팀은 AI 기능을 나열하거나 장점을 설명하는 대신 '인공지능학교'라는 세계관을 만들었어요. AI가 아직 완성 단계가 아니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고, 사람처럼 배우고 성장하는 이야기로 풀어낸 거예요. 많은 시청자가 그 광고에서 기능이 아닌 감정을 먼저 기억했어요.
콘텐츠가 많아졌는데 팬덤은 왜 늘지 않을까요
AI 시대에 콘텐츠를 만드는 속도는 빨라졌지만, 그것이 브랜드 팬덤으로 자동 연결되지는 않아요.
2026년 8월 3~4일, 마케팅·애드테크 컨퍼런스 MAX SUMMIT 2026이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어요. 올해 주제는 'The AI Era: What Wins'(AI 시대에 무엇이 실제로 통하는가)였는데, 세션에서 가장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킨 발언은 예상 밖으로 단순했어요.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 쉬워진 만큼, 브랜드를 좋아하는 사람이 함께 늘어난 건 아니라는 이야기였어요.
지금 브랜드는 AI를 활용해 카피 초안을 받고, 이미지를 생성하고, 숏폼 영상을 편집해요. 예전보다 훨씬 빠르게, 더 많은 콘텐츠를 채널에 올릴 수 있게 됐죠. 그런데 이것이 곧 팬덤을 만드는 것과 같은 말일까요?
사람들이 콘텐츠를 끝까지 보고, 다시 찾아오고, 주변에 공유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필요해요. 세션 모더레이터 유크랩마케팅 선우의성 대표는 팬덤을 만드는 콘텐츠는 '무엇을 만들까'에서 바로 시작하지 않는다고 했어요. 브랜드가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그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어떤 감정으로 남아야 하는지를 먼저 고민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브랜드 메시지는 설명이 아니라 번역이에요
좋은 브랜드 콘텐츠는 브랜드가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전하지 않고, 사람들이 공감하는 방식으로 바꿔서 전달해요.
돌고래유괴단 이주형 감독은 SK텔레콤 AI 서비스 광고 캠페인 사례를 소개했어요. 당시 AI 서비스는 완성도를 높여가는 단계에 있었어요. 장점만 강조하면 과장처럼 보일 수 있고, 그렇다고 부족한 부분을 그대로 드러낼 수는 없는 상황이었죠.
제작팀이 선택한 방향은 AI와 사람의 공통점에서 출발하는 거였어요. AI도 사람처럼 배우고 성장한다는 이야기로 메시지를 바꿨죠. AI의 미완성을 약점으로 두지 않고 '배움'이라는 키워드로 전환했을 때, 시청자는 기능보다 감정을 먼저 받아들였어요. 그렇게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AI'라는 메시지와 '인공지능학교'라는 세계관이 만들어졌어요.
토스의 '머니그라피'도 비슷한 방식이에요. 배채민 PD는 토스의 브랜드 메시지를 직접 전달하는 대신, 사람들이 이미 관심 있는 주제 속에 금융과 경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녹여냈어요. 재테크나 소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콘텐츠를 보다가 자연스럽게 토스의 관점을 만나도록 설계한 거예요.
브랜드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말할수록 콘텐츠가 무거워지는 경우가 있어요. 반대로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야기 안에서 메시지가 발견될 때, 브랜드는 더 오래 기억돼요. 이주형 감독이 이 과정을 '번역'이라고 표현한 이유예요. 브랜드 입장에서 하고 싶은 말을 사람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로 바꾸는 작업이거든요.
기억에 남는 콘텐츠는 하나에만 집중해요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많을수록 시청자가 기억하는 건 오히려 줄어들어요.
브랜드가 콘텐츠를 만들 때 자주 빠지는 함정이 있어요. 제품 장점, 서비스 기능, 캠페인 목적, 브랜드 철학까지 한꺼번에 담으려는 거예요. 그런데 사람들은 모든 메시지를 기억하지 않아요. 메시지가 많을수록 콘텐츠의 흐름이 무거워지고, 중간에 이탈하는 이유가 되기도 해요.
이주형 감독은 여러 강점 중 대중에게 가장 강하게 각인될 수 있는 하나를 골라 나머지는 과감히 덜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어요. 하나의 메시지를 명확하게 남기면, 나머지 궁금증은 사람들이 직접 찾아보게 된다는 거예요.
IT 유튜버 김주연의 ASML 콘텐츠가 좋은 예예요. ASML은 반도체 장비를 만드는 회사인데, 2천억 원짜리 장비가 얼마나 정밀한지를 설명하는 일은 쉽지 않아요. 김주연은 이 어려운 소재를 "지구에서 달에 있는 100원짜리 동전을 맞추는 수준의 정밀도"라는 비유 한 문장으로 압축했어요. 기술의 복잡함을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하나의 장면으로 바꿔버린 거예요.
좋은 콘텐츠가 꼭 많은 정보를 담아야 하는 건 아니에요. 사람들이 기억할 하나의 장면, 하나의 문장, 하나의 감정을 남기는 콘텐츠가 더 오래 살아남아요.
콘텐츠가 자산이 되려면 감정을 건드려야 해요
광고 집행이 끝난 후에도 계속 회자되는 콘텐츠에는 감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힘이 있어요.
이주형 감독은 광고가 시간이 지나도 다시 회자되는 이유를 감정에서 찾았어요. 웃음, 감동, 카타르시스처럼 사람들이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지점이 있을 때, 콘텐츠는 한 번 보고 사라지지 않아요. 집행이 끝난 후에도 다시 공유되고, 누군가의 레퍼런스로 남아요. 브랜드 입장에서 이것이 시간이 지나도 남는 자산이에요.
머니그라피가 긴 콘텐츠에서도 몰입을 만드는 방식도 비슷한 원리예요. 배채민 PD는 그 핵심을 "대화에 끼고 싶은 마음"이라고 설명했어요. 누구나 아는 일상적인 주제에 그 분야를 깊이 아는 사람이 자기만의 언어로 이야기를 풀어낼 때, 시청자는 자연스럽게 그 대화에 참여하고 싶어진다는 거예요.
김주연의 공기청정기 콘텐츠도 같은 구조예요. 공기청정기 성능을 말로 설명하는 대신, 극단적인 상황을 만들고 성능이 눈에 보이게 드러나는 장면을 구성했어요. 시청자는 처음부터 제품 설명을 보러 들어온 게 아니에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질까 하는 호기심으로 들어와서, 그 흐름을 따라가며 자연스럽게 제품 성능을 이해하게 돼요.
호기심을 만들고, 감정을 건드리고, 끝까지 보게 만드는 흐름을 설계하는 것. 이것이 콘텐츠를 브랜드 자산으로 쌓이게 하는 방식이에요.
자주 묻는 질문
Q. AI로 만든 콘텐츠도 팬덤을 만들 수 있나요?
A. 만들 수 있어요. AI가 실행 속도를 높여주기 때문에 더 많은 실험을 빠르게 해볼 수 있어요. 단, 어떤 메시지를 남기고 어떤 감정을 전달할지를 사람이 먼저 설계해야 해요. AI는 실행 도구이고, 팬덤을 만드는 메시지 방향은 사람이 결정해야 하는 영역이에요.
Q. 브랜드 메시지 번역이 어렵게 느껴져요.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될까요?
A. 제품 기능을 나열하는 대신, 우리 브랜드가 풀어주는 사람들의 감정이나 상황에서 출발하면 도움이 돼요. SK텔레콤 사례처럼 AI의 약점이 무엇인지가 아니라 AI와 사람의 공통점은 무엇인지를 먼저 물어보는 방식이에요. 제품 기능 대신 사람의 이야기에서 시작하는 게 포인트예요.
Q. 하나의 메시지에 집중하다 보면 전달해야 할 브랜드 정보가 너무 적어지지 않을까요?
A. 핵심 메시지 하나가 명확하면, 나머지 궁금증은 사람들이 직접 찾아보는 경향이 있어요. 콘텐츠 안에 모든 것을 담으려 하지 않아도, 강한 인상을 남긴 콘텐츠가 자연스럽게 추가 탐색을 유도해요. 모든 강점을 담으려는 시도가 오히려 아무것도 기억되지 않게 만들 때가 많아요.
Q. 팬덤 설계는 대기업 브랜드에만 해당되는 이야기인가요?
A. 팬덤 설계의 원리는 브랜드 규모와 무관해요. 오히려 중소 브랜드는 메시지가 명확하고 소통이 가깝게 느껴질 때 더 강한 팬층이 형성되는 경우가 많아요. 브랜드 콘텐츠가 인간적이고 구체적일수록, 소규모 브랜드도 충성도 높은 팬덤을 만들 수 있어요.
AI가 빠르게 만들어도, 무엇을 남길지는 우리가 결정해요
AI는 콘텐츠 제작의 속도를 확실히 바꿔놓았어요. 이제 브랜드는 이전보다 더 다양하게, 더 빠르게 콘텐츠를 만들고 실험할 수 있어요. 그런데 MAX SUMMIT 2026의 연사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한 건 이 지점이었어요.
브랜드가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그 이야기를 사람들이 공감하는 언어로 어떻게 번역할지, 콘텐츠가 끝난 후 사람들의 마음속에 어떤 감정을 남겨야 할지. 이건 여전히 사람이 판단해야 하는 영역이에요.
SK텔레콤은 AI의 미완성을 '배움'으로 번역했고, 토스는 금융 이야기를 사람들이 이미 좋아하는 콘텐츠 안에 녹였어요. ASML은 2천억 원짜리 장비의 복잡함을 달에서 동전을 맞추는 정밀도라는 한 문장으로 압축했어요. 세 사례 모두 많은 정보를 담지 않았어요. 대신 하나의 감정, 하나의 장면, 하나의 메시지에 집중했어요.
콘텐츠가 많아진 시대일수록, 무엇을 더 만들지보다 무엇을 남길지를 설계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