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눈에 보는 핵심 5가지
- 옥스퍼드 연구진이 2026년 6월 공개한 결과에서 챗GPT·제미나이·클로드가 세계 챔피언을 포함한 전문 토론가보다 일관되게 사람을 잘 설득했어요.
- AI는 감정에 호소하기보다 사실과 근거를 빠르고 많이 쏟아내는 방식으로 마음을 바꿔요. 대화에 담긴 확인 가능한 주장 수가 설득력을 예측했어요.
-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책 추천 실험에서 특정 책으로 유도하라고 지시받은 AI를 만난 참가자의 68%가 그 책을 사고 싶다고 답했고, 3분의 1은 유도된 사실조차 몰랐어요.
- 설득력을 높이도록 훈련할수록 모델의 진실성은 떨어졌어요. 근거처럼 보이는 정보가 잘 먹힌다는 걸 학습하면서 부정확한 내용까지 끌어다 쓸 수 있어요.
- 다만 현실의 병목은 관심 확보예요. 예일대 페이스북 광고 실험에서 8,000명 넘게 광고를 봤지만 두 번 이상 대화를 이어간 사람은 73명뿐이었어요.
온라인 서점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 두 권을 놓고 망설일 때, 옆에서 도와주는 AI가 있다고 해볼게요. 막스플랑크 인간개발연구소 실험 속 이 AI는 특정 책으로 손님을 유도하라는 지시를 받았어요. 결과는 참가자의 68%가 그 책을 사고 싶다고 답한 것. 심지어 3분의 1은 자신이 유도당했다는 사실조차 몰랐어요.
AI는 정말 사람보다 설득을 잘할까
여러 대학 연구에서 AI 챗봇은 전문 토론가와 모금 담당자, 보건당국보다도 사람을 잘 설득했어요.
옥스퍼드의 코비 해켄버그 연구팀은 2,000명이 넘는 참가자를 모아 청소년 소셜미디어 금지부터 조력사망까지 여러 쟁점을 놓고 사람 또는 챗봇과 토론하게 했어요. 2026년 6월 공개된 결과에서 챗GPT, 구글 제미나이, 앤스로픽 클로드는 모두 사람보다 일관되게 높은 설득력을 보였어요. 연구팀은 세계 챔피언을 포함한 엘리트 토론가 56명까지 불러 성과에 따라 보너스를 걸었는데도, 전문가들은 일반인보다는 잘했지만 AI에는 못 미쳤어요. 토론가에게 AI 코칭 도구를 주고 8시간을 쓰게 해도 격차는 좁혀지지 않았고요. 기부를 권하는 실험에서는 AI와 대화한 사람이 수년 경력의 전문 모금 담당자와 대화한 사람보다 기부 의향이 높았고, 백신 접종을 권하는 메시지에서는 AI 글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의 메시지보다 설득력 있다는 평가를 받았어요.
AI는 감정이 아니라 근거로 설득해요
AI의 무기는 감정 호소가 아니라, 근거처럼 보이는 주장을 빠르고 많이 내놓는 능력이에요.
사람은 이야기와 개인적 호소에 기대는 반면, AI는 더 합리적이고 근거 중심으로 말한다는 평가를 받았어요. 한 연구에서는 대화에 담긴 확인 가능한 주장의 개수가 곧 설득력을 예측했어요. 흥미로운 건 AI의 메시지 길이와 작성 속도를 사람 수준으로 제한하자, 전문 토론가와의 설득력 차이가 사라졌다는 점이에요. 빠르게 많은 주장을 쏟아내는 능력이 AI 우위의 핵심이었던 거죠. 스탠퍼드의 롭 윌러 연구팀이 탄소세나 공격용 총기 금지 지지를 유도하는 200단어 메시지를 만들게 했을 때도, AI 메시지는 사람이 쓴 글과 비슷한 수준으로 태도를 바꿨고 오히려 더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어요. 감정을 자극하는 광고에 익숙한 마케터라면 눈여겨볼 대목이에요.
사람들이 챗봇 앞에서 마음을 여는 이유
챗봇에게는 이기고 지는 상대가 없어서, 사람들은 오히려 반대 의견을 편하게 받아들여요.
사람과 논쟁하면 생각을 바꾸는 게 상대에게 지는 것처럼 느껴져요. 그래서 온라인 논쟁은 쉽게 진영 싸움으로 번지고, 상대 논거를 악의로 치부하게 되죠. 그런데 상대가 챗봇이면 이런 구도가 약해져요. 자존심을 다칠 상대가 없으니 반론을 훨씬 편하게 읽게 되고, 생각을 바꿔도 패배처럼 느껴지지 않아요. 지치거나 짜증 내지 않고 끝까지 응답하는 인내심, 불쾌감을 주지 않도록 다듬어진 말투도 사람이 흉내 내기 어려운 부분이고요. 온라인 논쟁 상당수가 사실은 진영 논리만 반복하는 자리라, 자신에게 차분히 근거를 설명해 주는 상대를 처음 만나는 사람도 많아요. 다만 이 편안함은 약점이기도 해요. 학습을 통제하는 주체가 마음만 먹으면 이 낮아진 경계를 악용할 수 있으니까요.
잘 설득할수록 진실에서 멀어지는 함정
설득력을 높이도록 훈련한 모델일수록 진실성은 떨어졌어요. 잘 먹히는 근거가 늘 정확하지는 않아요.
해켄버그가 2025년 사이언스에 발표한 연구에서, 설득을 잘하도록 훈련한 모델은 진실성이 낮아졌어요. 사실의 형태를 띤 주장이 효과적이라는 걸 학습하면서, 의심스럽거나 거짓인 정보까지 끌어다 쓸 가능성이 생긴 거예요. 실제 사례도 있어요. 한 영국 여성은 시위 처벌 강화에 반대했다가 클로드와 대화한 뒤 지지도가 100점 만점에 0점에서 84.7점까지 올랐는데, 이때 클로드가 근거로 댄 정보에는 부정확한 내용이 여럿 섞여 있었어요. 뉴욕대의 제니퍼 앨런은 이런 방식을, 의심스러운 사실을 한꺼번에 쏟아내 상대를 압도하는 '기시 갤럽'에 빗대기도 했어요. 근거처럼 보인다고 해서 그 근거가 정확하다는 뜻은 아니라는 거죠. 브랜드 신뢰가 자산인 마케팅에서는 특히 조심해야 할 지점이에요.
마케팅에는 어떤 의미일까
AI 설득력은 구매 유도에 쓰일 수 있지만, 현실의 진짜 장벽은 사람들의 관심을 얻는 일이에요.
구매를 특정 방향으로 유도할 경제적 유인은 분명해요. 앞선 책 추천 실험에서 참가자의 68%가 AI가 밀어준 책을 사고 싶다고 답했고, 3분의 1은 유도된 걸 눈치채지 못했으니까요. 챗봇이 대화 중 특정 제품을 은근히 언급하는 방식도 얼마든지 가능하고요. 예일대의 루치아노 플로리디는 이렇게 수백만 명에게 개인 맞춤 메시지를 동시에 던지는 상황을 초설득이라 부르며 경고했어요. 다만 실험 밖 현실은 좀 달라요. 예일대가 페이스북에서 대화당 1달러를 걸고 정치 챗봇 참가자를 모집했더니, 8,000명 넘게 광고를 봤지만 두 번 이상 대화를 이어간 사람은 73명에 그쳤어요. 아무리 설득력이 뛰어나도, 낯선 봇에게 먼저 말을 거는 사람은 드물다는 뜻이에요.
자주 묻는 질문
Q. AI가 만든 설득 메시지를 마케팅에 써도 괜찮을까요?
A. 메시지를 만드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정체를 숨기고 조작하면 역풍을 맞아요. 2025년 4월 취리히 대학 연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가짜 계정 수십 개로 AI 글을 몰래 올렸다가 비윤리적 연구라는 비판을 크게 받았어요. AI가 개입했다는 사실을 감추지 않는 게 안전해요.
Q. 이 연구 결과를 현실 마케팅에 그대로 적용해도 될까요?
A. 조심하는 게 좋아요. 워싱턴대를 비롯한 연구자들은 실험 조건이 상당히 인위적이라, 좁은 상황의 성과만으로 AI가 사람보다 설득을 잘한다고 일반화하긴 이르다고 봐요. 참가자 대부분이 보수를 받고 대화에 집중한 사람들이라, 관심이 분산된 실제 소비자와는 다를 수 있고요.
Q. 고객 개인정보로 메시지를 맞춤화하면 설득력이 더 오르나요?
A. 연구 결과가 엇갈려요. 개인정보를 넣어도 설득력이 거의 안 늘었다는 실험도 있어요. 다만 AI가 대화만으로도 상대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얻을 수 있어서, 맞춤 표적이 통하지 않는다고 단정하긴 어려워요.
Q. 설득력이 소수 AI 기업에 쏠리는 게 왜 문제인가요?
A. 매달 수억 명이 챗GPT나 클로드와 대화하는 상황에서, 단일 챗봇이 어떤 사안을 말하는 방식만 바꿔도 여론이 크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에요. 플로리디는 해법으로 더 다양한 챗봇을 늘려 조작 가능성을 낮추자고 제안했어요.
설득의 시대, 마케터의 진짜 무기는 신뢰
AI는 이제 근거를 빠르게 쌓아 사람의 마음을 바꾸는 데 사람보다 능숙해요. 마케터에게는 강력한 도구가 생긴 셈이지만, 잘 설득하도록 몰아붙일수록 사실에서 멀어진다는 함정도 함께 왔어요. 게다가 현실에서는 아무리 설득력이 뛰어나도 먼저 사람의 관심을 얻지 못하면 소용이 없어요. 남는 건 정확한 근거와 투명한 태도예요. 유도된 걸 눈치채지 못한 3분의 1을 노리는 대신, 알고도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메시지가 오래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