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포먼스 다 태웠는데 CAC가 안 떨어진다면, 브랜드가 비어서예요

브랜드연구소조회 9

퍼포먼스 대행 미팅 가보면 열에 아홉은 같은 하소연을 해요. "소재도 수십 개 돌렸고 타겟도 쪼갤 만큼 쪼갰는데 고객 한 명 데려오는 비용(CAC)이 안 떨어진다"고요. 예산을 더 태우면 잠깐 나아지는 것 같다가 다시 원위치. 저는 이럴 때 광고 계정을 먼저 안 봅니다. 그 브랜드를 사람들이 뭐라고 부르는지부터 봐요.

예전에 봤던 화장품 브랜드가 딱 그랬어요. 광고비 대비 매출은 나쁘지 않은데 신규 유입 단가가 계속 올라가더라고요. 광고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처음 보는 사람 입장에선 "이거 처음 들어보는데 사도 되나" 하는 마음의 장벽을 매번 광고비로 뚫고 있었던 거예요. 검색해도 자사몰이랑 광고만 나오고, 후기도 리뷰 이벤트로 급조한 티가 나고. 이러면 클릭당 비용은 싸게 만들어도 '설득 비용'이 안 줄어요.

브랜드가 CAC를 낮춘다는 게 저는 이 지점이라고 봐요. 사람들이 이미 이름을 알고, 누가 왜 쓰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광고 밖에 쌓여 있으면 광고는 마지막 한 번만 밀어주면 됩니다. 근데 그게 비어 있으면 매 클릭마다 신뢰를 처음부터 만들어야 하니까 단가가 안 내려가죠. 퍼포먼스가 안 되는 게 아니라 퍼포먼스가 딛고 설 바닥이 없는 거예요.

그렇다고 브랜딩을 '감성 영상 찍고 폰트 바꾸는 일'로 생각하면 또 돈만 나가요. 제가 그 브랜드에 권한 건 딱 세 가지였어요. 실사용자 인터뷰를 진짜 후기로 쌓을 것, 예민한 피부 같은 고민 하나로 포지션을 좁힐 것, 그 고민 맥락에서만 검색·콘텐츠를 깔 것. 반년쯤 지나니까 같은 예산에서 신규 단가가 눈에 띄게 내려갔어요. 광고를 더 잘 만들어서가 아니라, 광고가 데려온 사람이 이미 브랜드를 한 번쯤 들어본 상태가 됐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CAC가 안 떨어져서 고민이라면, 소재부터 갈아엎기 전에 한 번 물어보시길. 우리 브랜드는 광고를 끄면 사람들이 뭐라고 기억할까. 여기에 답이 없으면 퍼포먼스는 계속 밑 빠진 독일 수 있어요.

답변 1

  • amourlee
    설득 비용이란 말 정확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