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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가 35년 만에 CD를 제쳤다, AI 시대에 소비자가 불편을 기꺼이 사는 이유

MIXMAX 트렌드 리서치2026년 9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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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가 35년 만에 CD를 제쳤다, AI 시대에 소비자가 불편을 기꺼이 사는 이유
한눈에 보는 핵심 5가지
  • 2022년 미국에서 LP 판매량(4,100만 장)이 CD 판매량(3,300만 장)을 1987년 이후 35년 만에 처음으로 앞질렀다. 같은 해 한국도 예스24 기준 대중음악 LP 판매가 전년 대비 262% 급증했다.
  • 크리스토퍼 놀란의 오디세이는 상업 영화 최초로 전 장면을 아이맥스 필름 카메라로 촬영했다. 91일간 사용한 필름만 640km에 달하며, 관객은 더 비싼 아이맥스 티켓을 기꺼이 산다.
  • AI가 콘텐츠를 자동 생성하고 알고리즘이 취향을 대신 골라주면서, 직접 찾아가고 기다리고 우연히 발견하는 과정이 오히려 희소 자산이 됐다.
  • 편리함이 기본값이 된 시대일수록 시간과 노력이 드는 경험에 프리미엄이 붙는다. 소비자는 물건이 아니라 그 물건과 함께하는 시간을 산다.
  • 브랜드가 팔아야 할 것은 제품의 기능이 아니라 그 제품과 함께하는 시간이 만드는 감정이다. 소비자가 그 감정을 반복해서 경험할 때 브랜드는 일상 속 감정으로 자리 잡는다.

더 비싸고 불편한데 더 잘 팔린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있어도 LP를 사고, AI가 사진을 보정해줘도 필름 카메라를 꺼낸다. 비효율을 기꺼이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그 이유가 브랜드 마케팅의 방향을 바꾸고 있다.

LP가 35년 만에 CD 판매량을 제쳤다

효율이 흔해질수록 비효율은 희소해지고, 희소한 것은 프리미엄이 된다.

2022년 미국에서 LP 판매량이 4,100만 장을 기록하며 CD 판매량(3,300만 장)을 앞질렀다. 1987년 이후 35년 만이다. 한국도 같다. 같은 해 예스24 기준 국내 대중음악 LP 판매는 전년 대비 262% 증가했다.

스포티파이와 유튜브 뮤직이 있는데 왜 굳이 LP인가. 판을 꺼내고 턴테이블에 얹고 바늘을 내리는 과정은 어떻게 봐도 비효율적이다. 그런데 그 비효율 안에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있다. 음악이 아니라 음악을 듣는 시간이다.

사진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이 흔들린 사진까지 자동 보정해주는 시대에도 사람들은 필름 카메라를 사고 인생네컷 부스를 찾는다. 현상이 되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기대감, 손에 잡히는 사진 한 장의 물성이 이유다. 온라인이 더 싸고 빠른데도 사람들이 독립서점을 찾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책을 사기 위해서가 아니라 책이 놓인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다.

놀란이 640km의 필름을 쓴 이유

관객이 더 비싼 아이맥스 티켓을 사는 이유는 같은 영화가 아닌 다른 경험을 원하기 때문이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 오디세이는 상업 영화 최초로 전 장면을 아이맥스 필름 카메라로 촬영했다. 91일 동안 사용한 필름만 약 640km에 달한다. 대부분의 감독이 CG를 적극 활용하는 시대에, 놀란은 더 비싸고 느린 방식을 고집한다.

인터스텔라에서는 옥수수밭 장면을 위해 실제로 옥수수를 심었고, 테넷에서는 실제 비행기를 활용했다. 놀란이 원하는 건 필름 자체가 아니라 그 방식으로만 만들 수 있는 몰입감이다.

관객도 그것을 안다. 같은 오디세이라도 노트북으로 보는 것과 아이맥스 스크린에서 보는 것은 전혀 다른 경험이다. 원작이 2,800년 전 호메로스의 서사시임에도 관객이 더 비싼 티켓을 선택하는 이유는, 그 방식으로만 가능한 경험을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AI 시대일수록 불편한 것이 희소해진다

AI가 콘텐츠를 자동으로 만들고 알고리즘이 취향을 대신 골라주면서, 스스로 찾고 기다리는 과정 자체가 희소 경험이 됐다.

AI는 몇 초 만에 글·이미지·영상을 만들어낸다. 알고리즘은 내가 좋아할 것을 미리 골라 화면 위에 올려놓는다. 편리함은 더 이상 차별화 요소가 아니라 기본값이 됐다. 그래서 그 반대편에 있는 것들이 가치를 얻기 시작했다.

직접 발품을 팔아 찾아간 독립서점, 스트리밍 대신 고른 LP 한 장, 스마트폰 대신 꺼낸 필름 카메라. 이 선택들의 공통점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는 것이다. 그 불편함이 경험을 선명하게 만들고, 선명한 경험은 기억에 오래 남는다.

콘텐츠도 같다. 리센느의 유튜브 콘텐츠 '안원잘부'가 사랑받는 이유는 아이돌의 세팅된 모습이 아니라 그 나이대에서만 나올 수 있는 자연스러운 친근함 때문이다. 뜬뜬의 '풍향중'은 종이 지도로 국도와 지방도를 여행하는 감각을 소환한다. 스마트폰이 길을 다 알려주는 시대에, 일부러 종이 지도를 꺼내는 행위 자체가 콘텐츠가 된다.

브랜드가 팔아야 할 것은 경험 뒤의 감정이다

소비자는 제품의 기능보다 그 제품과 함께하는 시간이 만드는 감정을 먼저 상상한다.

마케팅에 오래된 격언이 있다. 고객은 망치가 필요한 게 아니라 구멍이 필요하다. 제품이 아닌 제품이 만들어주는 결과를 팔아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 시대에 이 말은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구멍이 아니라 그 구멍이 생겼을 때의 감정을 팔아야 한다.

F&B 마케팅에서 이 변화는 뚜렷하다. '이 제품이 얼마나 맛있는가'만으로는 부족하다. 맛있는 제품은 너무 많다. 소비자는 이 음료를 마셨을 때 어떤 시간을 보내게 될지, 어떤 감정이 남을지를 먼저 상상하고 싶어 한다. 친구들과의 유쾌한 저녁인지, 혼자만의 조용한 밤인지. 그 상상이 선명한 브랜드가 선택받는다.

브랜드가 일관되게 특정 경험과 감정을 연결할 때, 소비자는 그 제품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다. 그때 브랜드는 소비자의 일상 속 감정으로 자리 잡는다. 놀란이 관객에게 판 것도 오디세이라는 영화가 아니었다. 아이맥스 필름으로만 가능한 3시간의 몰입 경험이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아날로그 마케팅과 디지털 퍼포먼스 마케팅은 어떻게 함께 쓸 수 있나요?

A. 방식의 우열이 아니라 역할의 차이다. 디지털 퍼포먼스는 전환을 만들고, 아날로그 경험은 기억을 만든다. 강렬한 오프라인 경험을 한 번이라도 한 소비자가 온라인 광고에 반응할 확률이 높다. 두 방식은 대체가 아닌 보완 관계다.

Q. 예산이 적은 소규모 브랜드도 경험 마케팅이 가능한가요?

A. 오히려 소규모 브랜드에 유리한 전략이다. 독립서점·소규모 카페처럼 '직접 찾아가야만 경험할 수 있는 것'을 만들기는 대기업보다 작은 브랜드가 더 쉽다. 대기업이 복제하기 어려운 희소성과 우연성이 소규모 브랜드의 강점이 될 수 있다.

Q. LP 판매량 증가는 일시적 유행인가요, 구조적인 변화인가요?

A. LP 자체보다 본질을 봐야 한다. '의도적인 불편'에 돈을 쓰는 소비자는 AI 보급이 가속될수록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편리함이 흔해질수록 불편의 가치는 높아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LP는 그 현상의 한 증거다.

Q. 우리 브랜드가 어떤 감정을 파는지 어떻게 찾을 수 있나요?

A. 실제 구매자에게 이 제품을 쓸 때 어떤 장면이 떠오르는지 구매자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이 가장 빠르다. 제품 리뷰에서 자주 나오는 상황·감정 단어를 분석하는 것도 방법이다. 대부분의 브랜드는 기능에 대한 답은 갖고 있지만 소비자가 경험하는 감정에 대한 답은 아직 없다.

불편을 기꺼이 사는 소비자, 브랜드의 답은 경험 뒤의 감정이다

LP가 CD를 제쳤고, 관객은 더 비싼 아이맥스 티켓을 산다. 데이터는 분명하다. 편리함이 기본값이 된 세상에서 불편하고 느린 경험이 희소해졌고, 희소한 것은 프리미엄이 됐다.

브랜드에게 이 변화가 던지는 질문은 하나다. 우리 제품을 소비했을 때 소비자의 머릿속에 어떤 장면과 감정이 남는가. 그 답이 명확한 브랜드가 다음 시대에도 선택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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