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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발주자 애플이 ‘폴더블’ 대신 ‘가장 큰 아이폰 화면’을 앞세운 이유

MIXMAX 트렌드 리서치2026년 9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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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발주자 애플이 ‘폴더블’ 대신 ‘가장 큰 아이폰 화면’을 앞세운 이유
한눈에 보는 핵심 5가지
  • 애플은 첫 폴더블 아이폰 ‘아이폰 듀오’를 접히는 기능이 아니라 ‘역대 가장 큰 아이폰 화면’으로 소개했다. 이길 수 있는 축으로 대화를 옮긴 리프레이밍 전략이다.
  • 아이폰 듀오 국내 시작가는 329만원으로, 갤럭시Z 폴드8(227만8,100원)보다 100만원 넘게 비싸다. 그런데도 애플은 이 가격 차이를 정면으로 방어하지 않았다.
  • 후발·고가 제품은 경쟁사가 정한 스펙·가격 비교표에 올라타는 순간 절반쯤 진다. 소비자 머릿속에 ‘원조 대 후발’ 구도를 스스로 깔아 주는 셈이기 때문이다.
  • 가격은 할인으로 방어할 게 아니라 기준점(앵커)을 바꿔야 한다. ‘폰 한 대 값’ 대신 ‘폰과 태블릿을 하나로’라는 새 기준선을 세우는 방식이다.
  • 비교의 축을 바꿨다면 성과를 재는 KPI도 바꿔야 한다. 전체 폴더블 점유율 대신 초고가 세그먼트 점유율이나 브랜드 검색량 같은 지표로 리포트를 다시 설계한다.

100만원 넘게 비싼 제품을 내놓고도 애플은 가격을 방어하지 않았다. 첫 폴더블 아이폰인 아이폰 듀오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애플이 꺼낸 첫 문장은 ‘가격’도 ‘삼성’도 아니었다. 후발주자가 불리한 판을 뒤집는 방법은 더 나은 스펙을 증명하는 데 있지 않다. 싸울 운동장 자체를 바꾸는 데 있다.

애플은 왜 ‘폴더블’을 앞세우지 않았나

리프레이밍은 경쟁의 비교 기준을 상대가 정한 축에서 우리가 이길 수 있는 축으로 옮기는 전략이다.

존 터너스(John Ternus) 애플 신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9일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의 애플파크에서 아이폰 듀오를 공개했다. 이 제품을 소개하며 그가 쓴 첫 문장은 접힘도, 경쟁사도 아니었다. “역대 아이폰 중 가장 큰 화면인데도, 주머니에 쏙 들어갑니다”였다. 삼성이 여러 세대째 팔아 온 ‘폴더블’이라는 판 위에 올라타는 대신, ‘가장 큰 아이폰 화면’이라는 애플이 이길 수 있는 축으로 대화를 통째로 옮긴 것이다.

애플이 ‘폴더블’이라는 단어를 아예 안 쓴 것은 아니다. 다만 기존 제품을 ‘두 대의 폰을 어설프게 붙여 놓은 것’ 정도로 선 긋는 용도로만 꺼냈을 뿐, 제품의 간판으로 내세우지는 않았다. 후발주자가 쥘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는 ‘내가 더 좋다’는 증명이 아니라 비교의 축 자체를 갈아끼우는 일이라는 점을 보여 준다.

경쟁사가 정한 비교의 축을 그대로 받지 않는다

후발 제품이 경쟁사의 언어를 그대로 물려받으면, 소비자 머릿속에 ‘원조 대 후발’ 구도만 강해진다.

후발이면서 비싼 제품을 맡은 마케터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비교표를 켜는 것이다. 하지만 상대가 이미 이겨 놓은 스펙과 가격의 판 위에서 ‘우리도 그만큼 좋다’를 증명하려는 순간, 그 캠페인은 시작도 하기 전에 반쯤 진다. 같은 실수를 피하려면 카피의 첫 단어부터 바꿔야 한다.

  • 물려받은 카피: ‘먼저 나온 제품보다 늦었지만 더 완성도 높은 폴더블입니다’ — ‘늦음’과 ‘폴더블’을 우리 입으로 먼저 꺼내 상대의 판에 올라탄다.
  • 축을 옮긴 카피: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노트북, 이제 진짜입니다’ — 비교 대상을 경쟁 폴더블폰이 아니라 노트북·태블릿으로 옮긴다.

랜딩페이지의 첫 화면도 마찬가지다. 스펙 비교표를 맨 위에 박아 두면 방문자는 두 제품을 나란히 저울질하기 시작한다. 그 자리에는 비교표 대신 ‘이 제품으로만 되는 한 장면’을 넣는 편이 후발주자에게 유리하다. 비교표는 이미 살 마음을 먹은 사람이 확인하러 내려가는 페이지 하단에 두면 된다.

가격은 방어하지 말고 기준점을 옮긴다

가격 격차는 할인이 아니라 소비자가 무엇과 비교하는지, 그 기준점을 바꿔 좁힌다.

아이폰 듀오의 국내 시작가 329만원은 갤럭시Z 폴드8(227만8,100원)보다 100만원 넘게 비싸다. 이 격차를 카피로 방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소비자 머릿속 기준점이 ‘227만원짜리 경쟁 폰’인 한, 우리 제품은 계속 ‘100만원 더 비싼 폰’으로 남기 때문이다. 마케터가 할 일은 할인이 아니라 기준점, 곧 앵커를 바꾸는 것이다.

329만원을 ‘폰 한 대 값’과 비교하면 비싸다. 하지만 ‘폰과 태블릿을 한 기기로’라는 기준점으로 옮기면, 소비자가 머릿속으로 따로 더하던 두 기기 값이 새 기준선이 된다. 실무에서는 상세페이지의 가격 위에 얹는 문장을 숫자 그대로가 아니라 ‘폰과 태블릿, 두 기기를 하나로’ 같은 문장으로 감싼다. 그리고 가격 강조안과 기준점 전환안을 나눠 광고를 A/B 테스트하고, 실제 구매로 이어진 비율인 전환율(CVR)을 비교한다. 어느 앵커가 먹히는지는 감이 아니라 숫자가 알려 준다.

‘늦음’을 약점이 아니라 무기로 바꾼다

늦게 나온 사실은 사과하는 순간 약점이 되고, 근거를 붙여 재해석하는 순간 무기가 된다.

후발주자 마케터가 가장 아까워하는 것이 ‘늦게 나왔다’는 사실이다. 애플은 폴더블 시장에 늦게 들어온 대신, 시장이 여러 세대에 걸쳐 검증을 마친 뒤 ‘완성형’으로 들어왔다는 서사를 깔 수 있다. ‘먼저 실험한 건 그들, 완성한 건 우리’라는 프레임이다. 실제로 삼성은 폴드8까지 여덟 세대에 걸쳐 폴더블을 다듬어 왔고,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2026년에도 삼성전자가 글로벌 폴더블 시장 선두를 지킬 것으로 봤다. 삼성의 점유율은 38% 수준으로 전해진다.

다만 이 프레임에는 조건이 하나 붙는다. ‘완성형’을 주장하려면 검증된 근거가 소재에 함께 붙어야 한다. 내구성 테스트, 실제 사용 시나리오, 실측 데이터 같은 것들이다. 근거 없이 형용사로만 완성도를 외치면 오히려 ‘늦은 주제에’라는 역풍을 맞는다.

비교의 축을 바꿨다면 KPI도 다시 짠다

싸울 판을 옮겼다면, 성공을 재는 지표도 우리가 싸우기로 한 판에 맞춰 다시 설계해야 한다.

비교의 축을 바꾸고도 성과 지표가 그대로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출시 첫 달에 ‘전체 폴더블 시장 점유율’을 KPI로 잡으면 후발주자는 무조건 초라한 숫자를 보고하게 된다. 대신 우리가 실제로 싸우기로 한 판을 재는 지표로 리포트를 짜야 한다. 예를 들어 초고가 세그먼트 안에서의 점유율, 신제품 브랜드 검색량 추이, 기존 자사 이용자의 업그레이드 전환율 같은 것들이다.

핵심은 경영진에게 보고할 성공의 정의를 우리가 먼저 설계한다는 데 있다. 후발·고가 제품의 홍보는 ‘얼마나 더 좋은지를 증명하는 싸움’이 아니라 ‘어느 운동장에서 싸울지를 고르는 싸움’이다. 비교표를 열기 전에, 그 표가 대체 누구의 운동장인지부터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자주 묻는 질문

Q. 리프레이밍 전략은 애플 같은 큰 브랜드만 쓸 수 있나?

A. 그렇지 않다. 리프레이밍은 예산이 아니라 관점의 문제다. 작은 브랜드일수록 경쟁사가 정한 스펙·가격 비교에서는 이기기 어렵다. 오히려 ‘우리 제품으로만 되는 한 장면’을 찾아 비교의 기준을 좁은 쪽으로 옮기면, 자원이 적어도 그 좁은 판에서는 1등이 될 수 있다.

Q. 리프레이밍과 그냥 콘셉트를 새로 잡는 것은 무엇이 다른가?

A. 콘셉트 변경이 우리 제품의 이미지를 바꾸는 일이라면, 리프레이밍은 소비자가 우리를 무엇과 비교하는지를 바꾸는 일이다. 이미지가 아무리 좋아도 비교 대상이 강자로 고정돼 있으면 불리하다. 비교의 상대를 바꾸는 것이 리프레이밍의 핵심이다.

Q. 가격 기준점을 바꾸면 소비자가 눈속임이라고 느끼지 않나?

A. 기준점을 바꾸는 것과 사실을 왜곡하는 것은 다르다. ‘폰과 태블릿을 하나로’처럼 실제 기능에 근거한 비교라면 소비자에게 새로운 가치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다. 반대로 근거 없는 프리미엄만 외치면 역풍을 맞으므로, 기준점 전환에는 반드시 실측 근거가 함께 붙어야 한다.

Q. B2B 제품에도 이런 접근이 통하나?

A. 통한다. B2B에서도 후발 솔루션은 기능 개수 비교표에서 밀리기 쉽다. 이때는 ‘도입 후 절감되는 운영 시간’이나 ‘담당자가 실제로 줄이려는 업무’로 비교 축을 옮기면, 기능 수가 적어도 구매 결정권자에게 더 설득력 있는 근거가 된다.

후발주자의 진짜 싸움은 어디서 시작되나

애플의 아이폰 듀오는 스펙 경쟁의 교과서를 따르지 않았다. 늦게 나왔다는 사실도, 100만원 비싸다는 사실도 바꿀 수 없었지만, 사람들이 무엇으로 그 제품을 기억할지는 바꿀 수 있었다. ‘최초’를 두고 싸우는 대신 ‘내 손에 딱 맞는’을 두고 싸우기로 한 선택이 그것이다. 후발·고가 제품을 맡은 마케터라면, 비교표를 켜기 전에 그 표가 누구에게 유리한 운동장인지부터 정하는 일이 첫 단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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