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트렌드

반값 면도기에서 제로마진 멤버십까지, 와이즐리가 계속 가격을 내린 이유

MIXMAX 트렌드 리서치2026년 10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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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면도기에서 제로마진 멤버십까지, 와이즐리가 계속 가격을 내린 이유
한눈에 보는 핵심 5가지
  • 와이즐리는 2018년 '반값 면도기' 구독으로 시작해, 지금은 샴푸와 화장품은 물론 달걀과 육류까지 파는 종합 생활용품 커머스로 바뀌었다.
  • 2022년 3월 제품 가격을 평균 43% 내렸고 같은 해 12월 다시 17%를 낮췄으며, 최근에는 월 2,990원만 내면 모든 상품을 원가에 사는 제로마진 멤버십까지 선보였다.
  • 공동 창업자에 따르면 1만 원짜리 샴푸에서 실제 제품 원가는 2,000원 남짓이고, 나머지 8,000원가량은 유통비와 광고비, 운영비, 이윤이다.
  • 한때 6개월간 마케팅에 50억 원을 쏟았다가 적자로 위기를 맞은 뒤, 2021년 말 마케팅팀을 없애고 조직을 절반으로 줄여 아낀 비용을 가격 인하에 돌렸다.
  • 초저가의 비결은 자사몰에서만 팔아 유통 마진을 없애고, 조직을 효율화하고, 포장을 간소화한 세 가지 비용 절감 장치다.

물가가 오르면 기업은 대개 가격을 올린다. 그런데 와이즐리는 거꾸로 몇 년째 가격을 내려왔다. 반값 면도기로 이름을 알린 이 브랜드는 이제 상품 마진을 아예 포기한 멤버십까지 내놓았다. 비결은 가격표 뒤에 숨은 비용 구조에 있다.

면도날 하나에서 생필품 전체로, 와이즐리의 진화

와이즐리는 2018년 면도날 구독으로 출발해 지금은 생활용품 전반을 파는 종합 커머스로 몸집을 바꾼 브랜드다.

시작은 면도날 구독 서비스였다. 면도기 디자인은 직접 개발하고 생산은 독일의 전문 제조업체(OEM)에 맡겼다. 눈에 띄는 건 판매 방식이었다. 오프라인 매장도, 외부 오픈마켓도 거치지 않고 오직 공식 홈페이지에서만 팔았다. 제조사가 소비자에게 곧바로 파는 이른바 D2C 방식이다. 면도기 시장은 본체를 싸게 팔고 반복 구매하는 교체용 날에서 수익을 내는 구조였고, 국내 시장도 소수 브랜드가 주도하는 독과점에 가까웠다.

변화는 2020년부터였다. 피부와 모발 케어로 품목을 넓히더니, 사업 방향을 아예 '가성비 생활용품을 한데 모은 원스톱 쇼핑몰'로 다시 잡았다. 샴푸와 화장품, 영양제는 물론 달걀과 육류 같은 신선식품까지 들어왔다. 면도날 하나를 팔던 브랜드가 '집에서 매일 쓰는 것들을 가장 싸게 사는 곳'으로 정체성을 바꾼 셈이다.

1만 원짜리 샴푸, 진짜 제품값은 2천 원뿐

생활용품 한 개의 판매가에서 실제 제품 원가가 차지하는 몫은 전체의 5분의 1 수준에 그친다는 것이 와이즐리의 진단이다.

와이즐리 전영표 공동 창업자의 설명에 따르면, 1만 원짜리 샴푸를 샀을 때 실제 '제품'에 해당하는 돈은 2,000원 남짓이다. 나머지 8,000원가량은 매장에 진열되기까지 드는 비용과 광고비, 회사 운영비, 그리고 이윤이다. 우리가 생필품 값으로 내는 돈의 대부분이 제품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제품을 파는 과정에 붙는다는 뜻이다.

와이즐리의 전략은 이 지점에서 단순하다. 원가와 품질을 지키는 데 드는 비용만 남기고, 그 외의 것을 최대한 걷어내는 것이다. 말은 쉽지만 실행은 다르다. 유통과 마케팅 없이 물건을 파는 건 어느 기업에게도 쉬운 결정이 아니다. 와이즐리가 택한 방법은 비용이 새는 자리를 하나씩 틀어막는 것이었다.

50억을 쏟고도 적자, 마케팅팀을 없앤 뒤

와이즐리의 체질 전환은 공격적인 마케팅 투자가 영업 적자로 돌아온 경영 위기에서 비롯된 선택이었다.

와이즐리에도 뼈아픈 시기가 있었다. 한때 6개월 동안 마케팅에 50억 원을 쏟아부을 만큼 공격적으로 투자했지만, 영업 적자가 급증하며 경영 위기를 맞았다. '알리기만 하면 팔린다'는 기대가 무너진 순간이었다. 광고로 끌어온 매출이 광고비를 메우지 못하는 구조라면, 아무리 많이 팔아도 회사는 돈을 잃는다.

2021년 말, 와이즐리는 사업 방향을 전면 개편했다. 마케팅팀을 없앴고, 자체 온라인 스토어를 직접 구축하던 개발팀도 정리했다. 팀 규모는 절반으로 줄었지만 생산성은 오히려 크게 높아졌다. 그렇게 아낀 판매·관리비가 곧 추가 가격 인하의 재원이 됐다. 비용을 줄여 남긴 돈을 이익으로 챙기는 대신 가격에 돌려준 것이다.

가격을 내리는 세 가지 장치, 마케터가 볼 점

와이즐리의 초저가는 유통과 조직, 포장이라는 세 영역에서 불필요한 비용을 걷어낸 구조에서 나온다.

와이즐리가 가격을 낮출 수 있었던 비결은 크게 세 가지 비용 절감 장치로 정리된다. 하나씩 뜯어보면 특별한 기술이 아니라, '당연한 비용'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은 선택에 가깝다.

  • 유통 마진 소거: 외부 유통 채널을 쓰지 않고 자사 앱과 온라인 스토어에서만 직접 판다. 대형마트 입점 수수료나 오픈마켓 판매 수수료, 중간 도매상의 마진이 끼어들 틈이 없다. 소비자가의 30~40%를 차지하던 유통비가 사라지고 물류비와 인건비 정도만 남는다.
  • 조직의 극단적 효율화: 마케팅팀을 없애고 개발팀을 정리해 조직을 절반으로 줄였다. 덜어낸 판매·관리비는 다시 가격 인하로 이어졌다.
  • 포장 간소화: 포장을 줄여 제품 부피를 낮췄다. 원가를 아끼는 동시에 배송 과정의 효율까지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

마케터가 가져갈 점은 분명하다. 가격은 그 자체로 강력한 마케팅이 될 수 있다. 수익을 내는 자리도 상품 마진에서 멤버십 같은 고객 관계로 옮길 수 있다. 무엇보다 내 제품의 가격표에서 원가가 아닌 비용이 얼마나 되는지 따져보는 일만으로도, 경쟁력의 실마리가 보인다.

자주 묻는 질문

Q. 제로마진으로 팔면 회사는 어디서 돈을 버나?

A. 상품을 팔아 남기는 대신 멤버십 구독료에서 수익을 낸다. 월 2,990원을 내는 회원이 많아질수록 안정적인 수입이 쌓이는 구조다. 물건 하나하나의 마진이 아니라 고객과의 지속적인 관계에서 돈을 버는 방식으로 옮겨간 것이다.

Q. 작은 브랜드도 와이즐리처럼 가격을 낮출 수 있나?

A. 규모가 작아도 비용 구조를 점검하는 일은 가능하다. 유통 수수료, 과한 포장, 꼭 필요하지 않은 판매·관리비부터 줄여볼 수 있다. 다만 자사몰에서만 파는 직판 구조는 초기 방문자를 직접 끌어와야 하는 부담이 크므로, 채널 전략은 체급에 맞춰 설계해야 한다.

Q. 와이즐리의 초저가 전략에는 어떤 위험이 있나?

A. 제로마진 구조가 유지되려면 유료 회원이 충분히 모여야 한다. 신선식품까지 넓어진 품목에서 품질과 물류를 동시에 관리하는 일도 쉽지 않다. 다이소와 대형마트 자체 브랜드까지 초저가 경쟁에 뛰어든 상황이라, 가격만으로 버티는 데는 한계가 있다.

Q. 마케팅팀을 없애고 어떻게 브랜드를 알리나?

A. 가격 인하 자체가 입소문과 홍보 역할을 대신한다. 광고비로 알리는 대신, 낮은 가격으로 가치를 직접 전달하는 전략이다. 다만 아직 인지도가 낮은 신규 브랜드라면 가격만으로 존재를 알리기 어렵기 때문에, 초기에는 최소한의 알리기 활동이 필요하다.

가격표를 뜯어보는 일에서 시작된다

와이즐리의 지난 몇 년은 한 스타트업이 착각을 깨고 체질을 바꾼 과정으로 읽힌다. 대규모 마케팅으로 성장하려던 시도는 위기로 돌아왔고, 그 위기 속에서 와이즐리는 '가성비'라는 단 하나의 가치에 자원을 몰아줬다. 외부 유통을 걷어내고, 조직을 줄이고, 포장을 덜어냈다. 그렇게 남긴 비용은 가격 인하로 돌아갔고, 끝내 상품 마진마저 포기하고 구독료로 수익 모델을 옮기는 실험에 나섰다.

물가가 오르고 불황이 길어질수록 소비자는 '더 좋은 브랜드'보다 '같은 품질을 더 합리적으로' 살 수 있는 곳을 찾는다. 마케터와 유통 담당자라면 한 번쯤 자사 제품의 가격표를 뜯어볼 만하다. 그 안에서 원가가 아닌 것이 얼마나 되는지, 그중 무엇을 덜어낼 수 있는지. 와이즐리의 실험은 비용 구조를 다시 짜는 일이 가장 강력한 가치 제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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