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눈에 보는 핵심 5가지
- 영국 광고표준위원회(ASA)가 '광고도 규제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리는 인식 개선 캠페인을 8주 동안 TV·디지털·옥외·라디오·영화관·신문까지 거의 모든 매체에서 다시 진행한다.
- 광고에 대한 대중의 신뢰도는 캠페인이 시작된 2022년 30%에서 2025년 40%로 올라, 최근 5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 ASA는 2025년 한 해 동안 광고 25,397개에 제기된 4만 건 이상의 민원을 처리했고, 그중 22,383개 광고가 수정되거나 삭제됐다.
- 컴페어 더 마켓의 인기 캐릭터 '알렉산드르 더 미어캣'이 다시 등장하고, 올해는 넷플릭스와 웨이트로즈가 경쟁 관계를 넘어 새로 참여했다.
- 캠페인을 접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광고를 신뢰할 가능성이 두 배 높았으며, 신뢰는 광고 효과를 떠받치는 바탕으로 꼽힌다.
광고를 믿지 않는 사람에게 광고를 더 들이밀어도 효과는 크지 않다. 그런데 영국의 광고 규제기관은 '광고도 규제를 받는다'는 메시지를 담은 광고를 대대적으로 내보냈고, 그 결과 광고를 향한 신뢰가 오히려 올라갔다. 규제를 알리는 일이 어떻게 신뢰를 만드는 광고가 됐는지 들여다볼 지점이 많다.
광고를 규제한다고 알렸더니 신뢰가 올라갔다
ASA 캠페인은 '광고도 규제를 받는다'는 사실 자체를 알려 소비자 신뢰를 끌어올리는 전략이다.
영국 광고표준위원회(ASA)는 광고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높이기 위한 인식 개선 캠페인을 다시 시작했다. 캠페인은 8주 동안 TV와 디지털, 옥외광고, 라디오, 영화관, 신문과 잡지까지 거의 모든 매체에서 진행된다.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매체가 무엇이든 광고는 규제를 받고 있고, 그 관리를 ASA가 맡고 있다는 사실이다.
마일스 록우드 ASA 민원·조사 담당 디렉터는 "사람들이 광고가 합법적이고 품위 있으며 정직하고 사실에 부합하도록 우리가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광고를 더 많이 노출하는 대신, 광고가 제대로 지켜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린 셈이다. 신뢰가 흔들리는 시장에서 규제기관이 직접 목소리를 낸 것이다.
숫자로 확인되는 ASA의 관리 규모
신뢰를 말로만 주장하지 않으려면 실제로 걸러낸 기록이 뒷받침돼야 하고, ASA는 그 규모를 숫자로 보여준다.
ASA는 2025년 한 해 동안 광고 25,397개에 제기된 4만 건 이상의 민원을 처리했다. 이 가운데 22,383개 광고가 수정되거나 삭제됐다. 사람의 손만으로 감당할 수 있는 양이 아니다. ASA는 'Active Ad Monitoring'이라는 인공지능 기반 시스템으로 광고 6,000만 개를 분석해, 먼저 들여다봐야 할 문제 영역을 추려냈다.
규제기관조차 방대한 광고를 걸러내기 위해 인공지능을 전면에 세운 것이다. 이렇게 쌓인 '실제로 걸러내고 있다'는 기록은 캠페인 메시지에 힘을 싣는다. 신뢰는 구호가 아니라 처리 건수와 조치 결과라는 증거 위에서 만들어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경쟁사와 인기 캐릭터까지 한자리에 모은 방식
이 캠페인은 유명 광고 캐릭터와 서로 경쟁하는 매체사들을 한자리에 모아 메시지를 넓혔다.
메시지를 널리 퍼뜨리기 위해 ASA는 이미 대중에게 익숙한 자산을 빌려왔다. 보험 비교 서비스 컴페어 더 마켓의 인기 캐릭터 '알렉산드르 더 미어캣'이 새 TV 광고에 다시 등장한다. 처칠과 마마이트, 테스코 같은 브랜드는 각자의 잘 알려진 광고 문구를 캠페인에 내줬다. 올해는 넷플릭스와 웨이트로즈가 새로 참여했다.
넷플릭스는 광고형 요금제에서 30초 광고를 내보내고, 웨이트로즈는 매장에서 나눠 주는 'Your Week In Food' 신문에 ASA 광고를 싣는다. 구글과 메타, 틱톡, 스포티파이, ITV 등 평소 광고 지면을 놓고 경쟁하는 매체사들도 지면과 시간을 내줬다. 평소라면 서로 경쟁할 이들이 '광고 신뢰'라는 공동의 목표 앞에 모인 것이다.
한국 마케터가 가져갈 신뢰 설계의 교훈
신뢰는 광고 성과를 떠받치는 바탕이며, 브랜드도 '지키고 있다'는 신호를 스스로 설계할 수 있다.
캠페인 광고를 접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광고를 신뢰할 가능성이 두 배 높았다. 신뢰가 높아지면 같은 광고라도 메시지가 더 잘 받아들여진다. 이 점은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브랜드에 똑같이 적용된다.
브랜드 차원에서도 방법은 있다. 광고가 과장이 아니라는 근거를 함께 보여주고, 표시광고임을 분명히 밝히며, 소비자 불만을 빠르게 처리하는 창구를 두는 일은 모두 '우리는 지키고 있다'는 신호가 된다.
소비자가 추천과 후기를 꼼꼼히 따지는 흐름 속에서, 정직하게 표시된 광고는 당장의 클릭을 넘어 브랜드의 장기 자산이 된다. 규제를 피해야 할 비용이 아니라 신뢰를 쌓는 재료로 보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자주 묻는 질문
Q. ASA는 어떤 기관인가?
A. 영국 광고표준위원회(Advertising Standards Authority)로, 매체를 가리지 않고 광고가 합법적이고 정직하며 사실에 부합하는지 관리하는 영국의 광고 자율규제 기관이다. 문제가 있는 광고에는 접수된 민원을 바탕으로 수정하거나 삭제하도록 조치한다.
Q. 광고협회의 'Trust Action Plan'은 무엇인가?
A. 광고협회(Advertising Association)가 2026년 7월 웨스트민스터에서 발표한 광고 신뢰 회복 계획이다. 창립 100주년을 맞은 광고협회는 첫 번째 과제로 ASA 대중 인식 개선 캠페인의 확대를 제시했다.
Q. 작은 브랜드도 이런 신뢰 설계를 적용할 수 있나?
A. 가능하다. 대규모 캠페인이 아니어도 광고에 표시광고임을 명확히 밝히고, 과장 없는 근거를 함께 제시하며, 소비자 불만을 빠르게 처리하는 것만으로 신뢰 신호를 줄 수 있다. 큰 비용보다 태도의 문제에 더 가깝다.
Q. 규제를 강조하면 오히려 광고가 위축되지 않나?
A. 조사에서는 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규제의 존재를 아는 소비자는 광고를 더 편하게 받아들이고, 이는 광고 시장 전체의 신뢰 바탕을 넓힌다. 신뢰가 낮은 시장에서는 정직한 광고마저 의심받기 때문에, 규제를 알리는 일은 성실한 광고주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믿을 수 있는 광고가 결국 효율을 만든다
광고가 넘칠수록 광고를 향한 의심도 깊어진다. 영국의 사례는 신뢰가 저절로 생기지 않으며, 지키고 있다는 사실을 꾸준히 보여줄 때 비로소 쌓인다는 점을 일러준다. 한국의 브랜드와 마케터에게도 질문은 같다. 우리 광고는 소비자에게 '믿어도 된다'는 신호를 충분히 주고 있는가. 당장의 클릭률보다 그 신호를 설계하는 일이 다음 광고의 효율을 좌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