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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먹을 맛이라던 라면이 해외 매출 80% 기업을 만든 방법, 삼양의 빈칸 마케팅

MIXMAX 트렌드 리서치2026년 8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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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먹을 맛이라던 라면이 해외 매출 80% 기업을 만든 방법, 삼양의 빈칸 마케팅
한눈에 보는 핵심 5가지
  •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의 바이럴 챌린지를 공식 캠페인으로 회수하는 대신, 소비자가 저작권을 쥐도록 개입을 끝까지 자제했다.
  • 2014년 유튜버들이 올린 파이어 누들 챌린지가 광고 없이 해외로 퍼진 것은 브랜드가 화제의 저작자 자리를 비워뒀기 때문이다.
  • 삼양식품은 2025년 매출 2조 3,518억 원(전년 대비 36% 증가), 영업이익 5,239억 원(52% 증가), 해외 매출 비중 80%대를 기록했다.
  • 소비자가 만든 수요 위에 얹히면 매출이 늘어도 마케팅비가 같은 비율로 따라붙지 않아 영업이익률이 22%대까지 올라갔다.
  • 마케터가 배워야 할 교훈은 가만히 있으면 뜬다가 아니라, 무대(물량·제품 확장)는 설계하되 스포트라이트는 소비자에게 넘기는 것이다.

2012년 4월, 삼양식품이 불닭볶음면을 출시했을 때 첫 반응은 "사람이 못 먹을 맛"이었다. 12년 뒤 이 회사의 해외 매출 비중은 80%를 넘었다. 광고를 잘 써서가 아니다. 삼양이 한 가장 결정적인 일은 광고를 쓰지 않아도 되는 자리를 지킨 것이었다.

소비자의 목격담이 첫 번째 유통 채널이 됐다

불닭볶음면의 첫 대규모 해외 유통은 브랜드가 만든 메시지가 아니라 소비자가 직접 올린 영상이었다.

2014년, 유튜버 '영국남자'를 비롯한 여러 채널이 불닭볶음면을 먹고 괴로워하는 영상을 올렸다. 이것이 '파이어 누들 챌린지(Fire Noodle Challenge)'라는 놀이로 해외에서 번졌다. 극한의 매운맛이 도전 욕구를 자극했고, 먹은 뒤의 과장된 반응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가 됐다. 브랜드가 돈을 들여 만든 메시지가 아니라, 경험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올린 목격담이 제품을 세계에 알렸다.

삼양식품은 이 방향을 칸 라이언즈 서울 2024에서 직접 정리했다. "매체에 의존하는 전형적 마케팅을 탈피하고, 사람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화제될 수 있는 디지털-핏 마케팅으로 변화를 선언했습니다"라는 표현이었다. 이 문장은 흔히 '디지털 광고를 잘했다'는 의미로 읽히지만, 실제로는 반대다. 매체를 사서 메시지를 밀어넣는 방식을 포기했다는 선언이고, 화제의 저작자 자리를 회사가 스스로 비워두겠다는 뜻이었다.

개입하지 않기로 선택한 것이 전략이었다

삼양이 챌린지를 공식 캠페인으로 포장하지 않은 것은 실수가 아니라 의식적인 선택이었다.

불닭 챌린지가 해외로 퍼지는 동안, 삼양식품은 그것을 회수해 공식 해시태그를 붙이거나 브랜드 톤을 씌우려 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브랜드는 이 자리에서 정반대로 움직인다. '공식 챌린지'를 먼저 만들고, 해시태그를 정해 뿌리고, 인플루언서를 기용해 첫 물결을 산다.

그 방식이 무조건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그 방식은 소비자에게 배역을 준다. 시키는 대로 참여하는 사람과, 자기가 발견했다고 믿는 사람은 콘텐츠를 퍼뜨리는 방식이 다르다. 삼양이 자제한 것은 소비자가 스스로 발견했다고 느끼는 자리를 빼앗는 개입이었다. 저작권을 브랜드가 되가져오는 순간, 챌린지는 관리되는 캠페인으로 변한다.

마케팅비 없이 생기는 수요가 수익률을 바꾸는 방식

소비자가 만든 수요 위에 얹히면 매출이 커져도 마케팅비가 같은 비율로 따라붙지 않는다.

삼양식품이 2026년 3월 공시한 2025년 실적이 이 구조를 숫자로 보여준다. 매출은 2조 3,518억 원으로 전년 대비 36% 늘었고, 영업이익은 5,239억 원으로 52%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2024년 19.9%에서 2025년 22%대로 올라갔고, 해외 매출 비중은 2024년 77%에서 2025년 80%대로 확대됐다.

매출 증가율(36%)보다 영업이익 증가율(52%)이 더 높다는 점이 핵심이다. 광고비를 쏟아 수요를 억지로 만들어냈다면 비용도 매출과 함께 늘었을 것이다. 그런데 브랜드가 비워둔 자리를 소비자가 채우면, 그 자리에서 발생하는 홍보비는 회사 장부에 나타나지 않는다. 그 차이가 이익률로 이어졌다.

손을 댈 자리와 손을 뗄 자리를 나눈 것이 핵심이다

'먼저 나서지 않기'는 '아무것도 안 하기'와 다르다.

삼양이 자제한 것은 의미를 정하는 자리에서의 개입이었다. 나머지는 달랐다. 챌린지가 요구하는 물량을 댔고, 핵불닭·까르보불닭처럼 매운맛의 스펙트럼을 꾸준히 넓혀 소비자가 다음에 도전할 판을 계속 깔았다. 무대는 설계하되 스포트라이트는 관객에게 넘긴 것이다.

이 구분이 없으면 '먼저 나서지 않는다'는 원칙은 단순한 방관에 그친다. 핵심은 판을 짜는 일과 판의 주인공이 되려는 일을 갈라놓는 것이다. 대개 캠페인은 화제가 뜨는 바로 그 순간 회사가 그것을 회수하려 들면서 죽는다. 삼양이 오랜 시간에 걸쳐 보여준 것은 나서고 싶은 순간에 나서지 않을 수 있는 규율이었다.

자주 묻는 질문

Q. 불닭처럼 강한 자극이 없는 제품도 이 방식이 통할까요?

A. 챌린지의 씨앗이 된 것은 극한의 매운맛이라는 자극이지만, 핵심은 자극도보다 소비자가 자기 이야기로 만들 여지가 있는 경험 설계에 있다. 결과가 제각각으로 달라지는 경험, 공유하고 싶어지는 순간이 있는 제품이라면 적용 가능하다.

Q. 인플루언서를 써서 첫 물결을 만들면 이 방식과 충돌하나요?

A. 첫 물결을 만드는 데 인플루언서를 활용해도 된다. 다만 소비자 자발 참여가 생겼을 때 공식 포장을 자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바이럴을 브랜드 이름으로 회수하려는 순간이 저작권이 소비자에서 브랜드로 넘어가는 시점이다.

Q. 이 전략이 서비스 업종이나 B2B에서도 작동할까요?

A. B2B에서는 브랜드가 성공 사례를 직접 소개하는 대신 고객이 스스로 케이스 스터디를 쓰고 싶어지는 환경을 만드는 방식으로 변형할 수 있다. 브랜드가 이야기의 재료를 제공하되 주인공 자리는 고객에게 넘기는 구조가 같은 원리다.

Q. 삼양식품은 처음부터 이 전략을 의도한 건가요?

A. 파이어 누들 챌린지 자체는 삼양이 기획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챌린지가 퍼지는 과정에서 공식화하거나 규칙을 씌우지 않은 선택이 반복되면서 전략으로 굳어졌다. 처음부터 설계하지 않았더라도, 뜨는 순간에 개입하지 않는 규율이 일관되게 유지됐다는 점에서 전략적이었다.

마케터가 기획서에 빈칸을 남겨야 하는 이유

불닭의 사례가 마케터에게 넘기는 것은 따라 하면 되는 공식이 아니다. 다음 캠페인 기획서를 펼쳤을 때, '우리가 채우지 않고 소비자가 채울 빈칸'이 어디인지 짚어보는 질문이다.

그 빈칸을 찾을 수 없다면, 그 기획은 소비자에게 배역만 주고 저작권은 브랜드가 쥔 캠페인이다. 그리고 더 어려운 과제가 남는다. 그 빈칸이 채워지기 시작했을 때 브랜드가 끼어들지 않을 조건을 미리 못 박는 일이다. 화제가 뜨는 바로 그 순간에 손을 뻗지 않는 규율—그것이 삼양이 12년 동안 이익률을 지켜온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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